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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도 없이 말 없는 유아인이 온 몸으로 들려주는 이야기

by 행복한 현 2022. 12.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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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추워져 따뜻한 커피 한 잔 내려서 오늘은 어떤 영화를 보면 좋을까 고민하다가 고른 영화는 바로 소리도 없이다.

제21회 청룡영화상에서 신인감독상과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영화로 유아인이 대사가 한 마디도 없어서 그의 매력적인 중저음을 들을 수 없는 것이 아쉬웠지만,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유아인의 목소리가 없는 아쉬움은 그의 온몸으로 표현한 연기가 몇 배는 더 울림을 주는 영화였다.

 

영화 정보를 살펴보자

 

소리도 없이는 2020년 10월에 개봉했다.

범죄, 드라마 장르로 15세 관람가 등급을 받았으며 러닝타임은 99분.

홍의정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고 유아인과 유재명 그리고 문승아가 주연을 맡았으며 위에서 언급했듯이 신인 감독상과 남우 주연상을 수상했다.

21회 청룡영화상 시상식을 봤던 기억이 나는데 그때 남우 주연상을 수상하고 수상 소감을 이야기하던 유아인 배우의 모습이 떠오른다. 당찬 배우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마치 무대 위가 처음인 듯 떨면서 소감을 말하는 유아인!

그는 무대 위에서 공포증 때문에 말을 더듬는 자신을 질책하면서도 짧은 수상소감 시간에 쫓기면서도 꿋꿋하게 소감을 마무리하던 모습이 떠오른다. 

이런 영화 밖 유아인의 모습도 정말 매력적이다.

 

소리도 없이 그 이야기의 전개

 

영화의 주인공 태인과 창복은 달걀를 팔고 있다. 겉으로는 달걀을 파는 달걀 장수지만 사실은 범죄 조직의 시체를 수습해주는 험한 일을 하고 있었다.

분명 옳지 않은 일이고 피를 보는 험한 일인데 이 두 사람은 누가봐도 근면 성실하게 모든 일을 해낸다. 참으로 아이러니한 모습!

근면 성실한 그들의 모습은 영화 곳곳에서 보여진다. 시체를 수습하면서도 죽은 사람을 위해서 머리의 방향을 북쪽으로 놓아주거나, 성경을 들고 죽은 이를 위해 기도까지 해주는 태인의 모습이 그렇다.

옳은 일을 하는 것이 아닌데, 죽은 사람들에게 이렇게 끝까지 예를 갖추어주고 매일 밤 기도 테이프를 들으라고 태인에게 충고를 해대는 창복의 모습은 알쏭달쏭하다. 이건 선한 사람의 모습인가? 아니면 악한 사람인가?

아마도 본인들이 직접 죽인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것은 죄가 아니다라고 생각하고 그저 악의 없이 맡은 바 일을 성실히 하는 것 같은데 그럼 과연 이들은 죄를 짓지 않는 것일까?

그러다 이 둘은 단골 고객인 범죄 조직의 실장에게 일을 하나 맡게된다. 그건 그동안 해 왔던 시체 수습이 아니라 오히려 살아있는 사람 하나를 맡아 달라는 일이다. 이 부탁을 듣고 창복은 늘 자신들이 해오던 일이 아니기 때문에 거절을 하지만 너무나 강력하게 부탁하는 실장 때문에 거절을 하지 못하고 어쩔 수 없이 일을 맡게 된다.

맡기로 한 사람을 데리러 약속한 장소에 나간 두 사람은 그 깜짝 놀라고만다. 바로 나와 있는, 자신들이 맡아야 하는 사람이 성인이 아닌 11살 어린 소녀였다. 그 소녀의 이름은 초희.

유괴된 아이인데, 유괴범에게 돈이 안전하게 전달이 될 때까지 태인과 창복이 이 아이를 맡고 있어야 했다.

일을 맡긴 했지만 정작 일을 맡아온 창복은 말을 하지 못하는 태인에게 초희를 떠넘겨 버린다. 태인은 초희를 자신의 집에 데리고 있게 되는데 초희는 유괴된 아이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침착하고 어른스럽다. 초희는 시시때때로 틈만 나면 도망가려고 하지만 여의치 않다. 

붙잡혀 있는 주제에 태인과 창복이 시체 수습을 하는 동안 그 곁에서 그들의 일을 돕기도 하고, 태인의 어린 여동생을 친언니처럼 돌보기까지 한다. 마치 태인과 한 가족인 것처럼 잘 지내는 모습을 보여준다.

분명 눈 앞에서 자신을 데리고 있는 나쁜 아저씨들이 죽은 사람을 땅에 묻고 있는데도 전혀 놀라지도 않고 시체에 흙을 덮어주기까지 한다. 이 침착한 아이의 속내는 과연 무엇일까?

이런 모습을 보여주는 초희도 태인과 창복처럼 선과 악 그 경계에 있는 듯하다.

아이를 돌려보내기로 한 다음날 이 일을 부탁한 실장이 오히려 시체가 되어 나타나고, 유괴 협상을 하던 사람은 사라져 버린다. 그러면서 이 일은 너무나 복잡하게 꼬여버린다.

왜냐하면 자칫 초희를 데리고 있는 태인과 창복이 유괴범으로 몰릴 수 있기 때문이다.

태인과 창복은 초희를 납치한 사람들과 직접 협상을 해보지만 오히려 아이를 돌려주려면 돈을 내놓아야 한다는 이해할 수 없는 말을 듣게 된다. 방법이 없었던 태인과 창복은 결국 이들의 도움을 받아서 유괴 협상을 진행하고, 초희의 부모로부터 돈을 받기로 한다.

초희의 부모와 협상이 잘 되어서 돈을 받으러 나간 창복은 역시 아주 나쁜 사람은 아닌 듯하다. 경찰에 붙잡힐 수도 있다는 불안감에 두려워하며 자리를 피하다가 어이없게도 계단에서 굴러 떨어져 죽게 된다. 

창복이 죽은 줄 모르던 태인은 창복 자신과 연락이 안 되자, 창복이 일이 틀어지게 되면 아이를 맡기라며 주고 간 어느 식당의 주소대로 초희를 데리고 찾아간다. 

하지만 태인이 초희를 데리고 찾아간 그 식당은 어린아이들을 팔아넘기는 곳이었고, 그곳에 초희를 놓고 돌아가던 태인은 결국 발을 돌려 초희를 구출해서 다시 데리고 온다.

그렇게 태인은 초희를 데리고 다시 집으로 돌아오고, 초희를 또 도망갈 순간을 기다린다.

태인이 잠시 자리를 비운 틈을 타서 초희를 집에서부터 도망을 나온다. 그리고 길을 가던 한 아저씨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하지만 자신이 경찰이라며 손을 내미는 이 아저씨, 술 취한 모습의 그 아저씨가 더 위험하다고 판단한 초희는 그의 손길을 뿌리치고 다시 도망을 치고 태인과 마주치게 된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초희가 더 두려워 도망치려던 그 술 취한 아저씨가 바로 정말 경찰이었다. 

이 작은 장면 하나에도 감독의 의도가 잘 녹아든 것 같다. 이 세상은 정말 보는 게 다가 아니다는 것을 말하려는 게 아니었을까?

다음 날, 길을 잃은 아이가 있다는 소식을 들은 여경찰 한 명이 주변을 돌아보던 중 우연히 태인의 집에 들어오게 되고, 이상한 분위기를 감지한다. 그러고는 바로 태인과 몸싸움이 일어나지만 싸움 도중 잘못 넘어져 사망하게 된다. 그녀가 죽은 줄 안 태인은 여경찰을 집 한쪽 창고 구석에 묻어버린다.

이 장면에서도 초희는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죽은 여경찰에게 흙을 덮어준다. 11살 초희는 그게 죄인걸 모르는 걸까? 아니면 죄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걸까?

태인은 결국 초희를 초희가 다니는 학교로 데려다 주기로 한다. 그 사이 초희를 찾아다니던 납치범 일당은 마침내 태인의 집을 찾아내게 되고 마당 한쪽에 묻혀있는 여경찰을 구해낸다. 사실 여경찰은 죽지 않고 살아있었다.

하지만 자신들이 구해낸 여자가 경찰임을 알게 된 납치범 일당은 자신들의 죄가 들통날까 봐 부리나케 도망치고만다. 이 장면에서도 마찬가지로 선의로 땅에 묻힌 산 사람을 구해 냈지만, 그 사람이 경찰임을 알게되자 죄가 들통날까봐 두려워 도망치는 이 납치범들의 모습도 뭔가 태인, 창복 그리고 초희의 모습과 비슷하다.

초희가 다니던 학교에 도착한 태인과 초희는 다정하게 손을 잡고 교문을 통과한다. 그리고 자신의 담임 선생님을 보고 초희는 이내 태인의 손을 놓고 선생님에게 달려간다.

그리고는 선생님에게 귓속말로 속삭이는데 무슨 말을 하는지 들리지 않는다.

선생님의 반응으로 봐서는 아마도 유괴범이라고 말한듯하다.

태인은 있는 힘껏 달려서 도망을 치고 영화는 그런 태인의 모습으로 끝이 난다.

 

대사 없이 온몸으로 연기한 배우 유아인, 생각할 무언가를 남겨주다.

 

영화에서 유아인은 대사 한 마디가 없다. 그렇다고 수어도 쓰지 않는다.

오로지 표정과 행동으로만 태인의 감정을 표현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물의 감정을 잘 표현해 낸다. 

역시 배우 유아인의 진가가 드러낸 영화이다.

그동안 봐 왔던 범죄물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와 감정을 느끼게 해주는 영화 소리도 없이.

나 자신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태인과 창복처럼 선과 악 그 경계에 서 있던 적은 없었는지 고민할 수 있게 하는 영화인 것 같다.

홍의정 감독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이야기했다. "우리가 태어날 때 환경을 결정하지 못하지 않은가. 선택하지 못한 환경 속에서 생존하기 위해 발버둥 치면서 우리 모두가 어느 정도 괴물이 되어가는 것 같다. 일상적으로 행해지는 악에 대해 쓰고 싶었고 이를 범죄 소재와 연결 지었다. 이에 대해 선한 의도로도 잘못된 결과를, 나쁜 의도로도 긍정적인 결과를 야기할 수 있다는 아이러니함을 담았다." 

영화를 다 보고 나니 홍 감독의 의도가 무엇인지 깨달을 수 있었다. 

이런 감독의 의중을 잘 마음에 두고 영화를 감상하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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