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테러리스트가 아니다. 대한민국 독립군 대장이다.
그동안 뮤지컬로만 선보였던 안중근의사를 그린 영웅이 영화화되어서 지난 21일 개봉했다.
윤제균 감독의 연출로 정성화, 나문희, 김고은, 조재윤, 박진주, 배정남, 이현우, 조우진 등이 출연했다.
안중근 의사 역에는 14년 동안 뮤지컬에서 안중근 역을 맡았던 정성화가 무대에서 스크린으로 그 장소만 옮겨서 연기했다.
제작사의 사정으로 개봉이 3년이나 미뤄져 이제야 개봉을 했다는 영웅은 안중근 의사가 하얼빈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하기 8개월 전부터 사형이 집행되는 그 순간까지의 여정을 보여준다.
영화 영웅의 주인공으로 정성화를 낙점한 것은 이미 오래전부터 윤제균 감독이 이미 마음속으로 정해놓은 것이라고 한다. 정성화 배우에게는 뮤지컬 영웅을 영화로 제작하기로 했다는 말만 전할뿐 안중근 역을 맡겠냐는 제안도 없어서 정성화 배우는 의아해했으나 이미 윤제균 감독의 마음속에는 안중근 역을 맡을 배우는 정성화 한 사람 밖에 없다고 굳게 정해 놓았다고 한다.
정성화가 주연을 맡게 되었다는 사실에 주변의 우려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정성화가 주연으로 영화를 이끌어 가기에는 다소 무리라고 보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걱정이지만, 14년 동안 안중근으로 살았던 정성화를 대체할 만한 인물이 없었을지도 모른다.
나도 정성화 배우가 아니면 누가 맡을 수가 있을까? 하고 생각해봐도 딱히 떠오르는 인물이 없다.
뮤지컬 영화답게 배우들의 연기 뿐만 아니라 감정을 고스란히 뱉어내는 스코어들이 두 눈시울과 마음을 뜨겁게 했다.
하얼빈역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하기 위해 안중근 의사를 비롯해 독립군들의 노력과 일본까지 건너가 이 거사를 위해 정보를 전달했던 정보원의 눈물겨운 스토리...
조국이 무엇이기에 이렇게 죽음마저도 불사한 독립군들의 모습에 그분들 덕분에 이렇게 평화롭게 현재를 살아가는 후손으로서 죄송한 마음과 감사한 마음이 솟구치는 작품이다.
하얼빈의 총성이 울리기까지의 스토리
대한제국의 의병대장 안중군은 고향에 어머니 조마리아와 가족들을 남겨둔채 나라의 독립을 위해 먼 길을 떠난다.
동지들과 네 번째 손가락을 자르는 단지동맹으로 조국 독립의 결의를 다진 안중근은 잘려진 손가락을 두고 동지들과 함께 이토 히로부미를 3년 내에 처단하지 못하면 자결하기로 맹세한다. 이토 히로부미는 결단코 처단해야 할 조선 침략의 원흉이기 때문이다.
일본 포로들을 죽이려는 것을 대의명분을 내세워 포로들을 살려주지만, 일본 포로들은 곧바로 대대적인 부대의 공격으로 안중근의 부대는 큰 피해를 입고, 독립군 동지들은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지내면서 거사를 준비한다.
오랜 동지인 우덕순, 조도선, 유동하, 마도식, 마진주는 지난 일본의 공격에 안중근이 죽은줄 알았지만, 그들 앞에 안중근은 다시 모습을 나타내고 일본에 있던 정보원으로부터 곧 이토 히로부미가 러시아와의 회담을 위해서 하얼빈을 찾는다는 정보를 수집하게 된다.
기다리던, 그리고 이제 다시는 없을 이토 히로부미와의 만남을 실패하지 않기 위해 우덕순과 조도선, 안중근과 유동하가 두 개조로 하얼빈과 중간 정차예상역에서 이토 히로부미의 저격을 준비한다.
드디어 기다리던 1909년 10월 26일, 이토 히로부미는 하얼빈역에 도착하고 안중근은 그를 향해 총을 뽑아 방아쇠를 당긴다.
현장에서 안중근은 체포되고, 살인의 죄목으로 재판을 받게 된다.
하지만 판사도, 검사도, 청중도 모두 일본사람으로 가득한 그 재판정에서 몇 번의 공판도 없이 안중근에게는 사형이 선고되고 나머지 동지들에게는 징역이 선고된다.
법정에서 안중근은 자신은 형사범이 아닌 전쟁 중인 조국의 전쟁 포로라고 주장하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다.
안중근의 가족은 변호사를 구하고 항소를 준비하지만, 안중근은 항소하지 않는다.
그렇게 안중근은 1910년 2월 14일 사형을 선고받고, 3월 26일 사형집행된다.
자신은 형사범이 아닌 전쟁 포로일 뿐이라고 주장한 안중근 의사는 왜 항소하지 않았을까?
그 배경에는 안중근의 어머니 조마리아 여사가 있다.
안 의사의 어머니 조마리아 여사는 안중근이 사형선고를 받자 그에게 편지를 쓴다.
네가 나라를 위해 이에 이른즉 다른 마음먹지 말고 그냥 죽으리라고 편지로 전하며, 옳은 일을 하고 받은 형이니 비겁하게 삶을 구걸하지 말고 대의에 죽는 것이 어미에 대한 효도라고 말했다.
손수 아들의 마지막 수의를 지어 보내는 어머니의 마음이 어떠했을까?
영화에서 조마리아 역을 맡은 나문희는 단 한 번의 스코어를 선보였는데, 눈물로 뱉어내는 그 노래가 보는 이로 하여금 눈물을 쏟지 않을 수 없게 만들었다.
자식에게 목숨을 구걸하지 말고 그냥 죽으라고 하는 어머니의 마음이 어떠했을까?
아들이 무엇을 위해 지금까지 목숨을 걸고 싸워왔는지 알기에 가능한 일이 아닐까...
안중근 의사는 자신이 죽으면 하얼빈 가까운 곳에 묻었다가 조국이 독립을 하면 조국으로 옮겨달라고 부탁했다. 하지만 그의 그 작은 꿈은 아직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일본은 안중근 의사의 시신을 아무도 모르는 곳에 묻었고, 그 누구도 안 의사의 시신이 어디에 묻혔는지 알지 못한다고 한다.
그분의 시신이라도 당신이 지켜낸 이 조국에 묻어드리면 좋으련만 죽은 자의 시신까지 그렇게 조국으로 돌아가지 못하도록 한 일본의 만행에 한숨만 나온다.
나라가 그분에게 무엇이었는지, 지금 우리에게는 무엇인지 나는 나라를 위해서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 잠시라도 생각해보면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