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상처 입은 가족에게 보이지 않는 공포가 시작된다.
셋째 아이를 죽음으로 상실감에 젖어있는 석호와 현우 부부는 새 아이의 입양을 결정한다.
현우는 자신이 입양하는 아이를 진심을 다해 키울 수 있을지 걱정이 되고, 썩 내키지 않지만 남편 석호는 이것 또한 주님이 주신 기회라며 입양을 강행한다.
눈이 잘 보이지 않아 시력을 잃어가고 있는 이삭이 이 가정의 새로운 가족으로 받아들여지지만 집에 온 첫날 이삭을 보는 남은 세 아이의 반응은 왠지 차갑다.
이삭은 새로운 집에서의 첫 날 밤부터 죽은 아이가 눈에 보이기 시작하고, 이를 가족에게 이야기 하지만 가족은 믿을 수가 없다.
하지만, 죽은 아이가 이 집에 있다는 것을 깨달은 현우는 이내 이삭을 더없이 아끼고, 정말 죽은 아이가 곁에 있다고 믿으며 점점 뭔가에 홀린 듯 변해간다.
석호의 아이들도 죽은 아이가 자신들을 찾아오며, 자신들을 죽일거라며 하루하루 공포에 젖어들어간다.
석호가 목사로 있는 교회의 신도 중 이삭과 비슷하게 죽은 사람이 보인다며 이상한 증상을 보이는 영준이 있다.
영준은 현우에게 알듯 모를듯한 이야기를 하며 현우를 더 공포로 몰아가고, 그 자신 또한 계속해서 이 가족의 주변에 있는 죽은 아이의 존재를 보게 된다.
영준은 죽은 아이와 함께 또 다른 무언가를 알고 있는 것일까?
무엇을 본 것일까?
하루하루 변해가는 현우의 모습을 보는 석호는 처음에는 그저 자식을 잃은 그녀의 예민함으로 치부하고, 주님이 지켜주신다는 믿음과 자신의 신앙 안에는 결코 나쁜 기운은 들어올 수 없다고 자신하지만 그 자신도 점점 공포에 사로잡혀 가는 것을 거부할 수는 없다.
이 가족은 이 보이지 않는 아이와 그로 인한 공포로부터 안전할 수 있을까?
2. 보이지 않는 존재에 점점 미혹되는 인물들!
석호는 자신이 운영하는 교회의 목사다. 주님이 지켜주시고, 자신이 가장으로 있는 이 가정에는 절대로 나쁜 기운, 사탄은 들어올 수 없다고 강하게 믿는다. 자식을 잃은 아버지이자 남편이지만 그 고통마저도 주님이 주신 고통이라며 달게 받는 신심이 깊은 사람이다.
이삭을 입양하여 키우는 것으로 아이를 잃은 슬픔과 죄책감을 씻을 수 있다고 믿으며, 공포에 휘둘리는 아내와 아이들의 사이에서 냉철함을 잃지 않으려 노력하는 인물로 보인다.
하지만 다른 한 편으로 보면 석호라는 인물도 이 보이지 않는 아이에 대한 공포에 미혹되는 인물임에는 틀림없다.
그저 그 속도가 현우나 아이들에 비해 느릴 뿐이다.
아니면 자신이 느끼는 공포를 숨기고 있을 뿐 결코 강한 사람이 아니다.
석호의 아내 현우는 새 아이의 입양이 달갑지 않다. 자신이 배 아파 낳은 아이가 아닌데 잘 키울 수 있을지 의문이다. 남편의 강력한 권유로 이삭을 데려오긴 했지만, 한 번 파양 된 경험이 있는 이삭의 옷에서 나오는 부적을 보고는 부정적인 기분을 더 지울 수 없다.
거기다 이삭은 집에 온 첫날부터 죽은 아이가 보인다는 이야기를 하고, 교회 신도 영준에게서는 이상한 이야기를 듣는다.
영준과 마주친 후로 현우는 이삭이 하는 말을 믿고 죽은 아이가 곁에 있다고 믿는다.
석호와 현우의 아이들 중 장녀 주은이는 뭔가 숨기고 있는 듯하다. 주은이는 첫날 이삭이가 죽은 아이가 있다는 말을 듣고 단번에 공포에 휩싸이게 되며, 어른보다도 남다른 신앙을 가진 듯 보이지만 그 신앙이 올바르게 보이지는 않는다.
왠지 죽은 아이와 현우 사이에서 뭔가를 꾸미는듯한 분위기를 풍기는 주은!
이 교회의 신도 영준은 어머니가 죽은 후로 계속 죽은 사람이 보인다고 이야기를 한다. 이 이야기를 믿어주는 사람은 없으며 오히려 귀신이 씌었다며 기도원에 들어가거나 병원에서 정신병이라는 진단을 받기도 한다.
예배 시간에도 영준은 이삭이 주변에 있는 죽은 아이가 보이지만 이를 믿어주는 사람은 없다.
영준과 이 가족은 대체 무슨 관계에 이는 것일까?
3. 공포는 결코 보이는 것만이 다가 아니다. 곱씹을수록 공포스러운 영화.
우리는 공포영화라고 하면 흔히 불쑥불쑥 나오는 귀신과 요란한 음향을 떠올린다.
물론 눈에 보이는 귀신은 무섭고 공포스럽다. 하지만 미혹은 영화를 보는 내내 시각적인 공포를 느끼게도 하지만 영화가 끝나고 곱씹을수록 더 깊은 공포를 느끼게 한다.
죽은 아이가 나타나고, 그 죽음에 뭔가가 관련되어 있을 것만 같은 스토리적 공포도 크지만, 서양의 공포영화에서나 나올법한 나무로 된 이층 집, 시골마을의 작은 교회 그 안의 가족 구성원, 그리고 음산한 저수지...
이 공간적인 요소들이 만들어내는 공포와 함께 인물 하나하나가 점점 공포에 사로잡히고, 미혹되어 변화하는 심리적인 공포 또한 이 가을 오싹함을 선사하는데 큰 몫을 한다.
왜 공포영화의 계절이라고 하는 여름이 아니라 스산함이 더 배가되는 가을에 개봉하는 걸까? 이 또한 관객들의 어깨가 더 움츠려 들게 만드는 요소가 아닐까?
현우 역을 맡은 박효주 배우의 연기가 정말 뛰어나다. 이미 여러 영화와 드라마에서 다양한 캐릭터로 대중성을 쌓은 박효주 배우가 이번에 자식을 잃은 엄마에서 그 슬픔을 이기지 못하고 공포에 미혹되어가는 과정이 정말 매력적으로 그려진다.
또한 그동안 여러 드라마에서 밝은 이미지뿐만 아니라 의외의 개성 있는 역할을 맡으며 천천히 경험을 쌓은 차선우 배우의 짧지만 강렬한 눈빛 연기도 정말 볼만하다. 비중은 크지 않은 것 같지만 후반에 관객들의 뒤통수를 때리는 듯한 한방을 선사하는 영준 역의 차선우 배우도 정말 눈여겨 볼만한 영화이다.
10월 19일 개봉을 앞둔 영화 "미혹"은 김진영 감독의 첫 장편 연출 영화이다.
그동안 여러 편의 단편영화제에서 수상을 했던 김진영 감동이 공포영화 "미혹"을 어떻게 그려냈을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