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천주교 최초의 사제 김대건을 조명한 영화!
우리나라의 천주교 역사는 다른 나라의 시작과는 사뭇 다르다.
대부분 선교사들의 선교를 통해 천주교가 그 나라에 들어가 뿌리를 내린 반면, 우리 한국 천주교는 외국 선교사들의 선교가 아닌 우리 선조들의 자체적인 노력에 의해 종교로써 이 나라에 자리를 잡았다.
그저 학문으로 접한 천주교는 학문으로써의 가치뿐만 아니라 인간이 추구해야 할 가치, 그리고 조물주가 창조한 인간이 만인 앞에 평등하다는 그 교리는 종교로 사람들의 마음속에 깊이 자리를 잡았고 이를 따르는 신자가 늘어갈수록 이들을 이끌어줄 사제의 존재가 간절했다.
남녀가 동등하고, 귀천이 없이 모두 동등하며 유교에서 목숨처럼 생각하는 제사도 거부하는 천주교 교리는 양반가문과 당시 권력을 잡은 세력가들에게는 정말 위협이 되는 존재였다.
스스로 중국으로 가 세례를 받은 이승훈으로부터 사제는 없으나, 자체적으로 교회 공동체를 만들어 신앙생활을 유지했으며, 박해 속에서도 천주교인들은 깊은 산 속에서 옹기를 굽고 숨어 살며, 숨어서라도 신앙을 지키려 온갖 노력을 마다하지 않았다.
이런 어려움 속에서도 성사생활을 지속하기 위해서 위험을 무릅쓰고 외국인 신부를 조선으로 입국시키고, 조선인 사제를 배출하기 위해서 신학생 3명을 마카오로 보내는 데 성공한다.
한국 천주교인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최방제, 최양업, 김대건 이 세 사람이 그 신학생 3명이다.
이 3명 중 가장 최초로 사제가 된 김대건 안드레아의 길지 않지만 불꽃같았던 청춘을 그린 영화 탄생!!
부모가 천주교 신자이기 때문에 어려서부터 숨어살아왔던 소년 김대건은 세례를 받은 날 조선 최초의 신부가 되라는 운명을 기꺼이 받아들인다.
신학생 동기 최양업, 최방제와 함께 마카오 유학길에 나서고, 외세의 계속되는 침략과 중국의 아편전쟁이 한창이던 그 시절 김대건은 신부가 되기 위한 준비뿐만 아니라 통역, 조선의 제대로 된 지도를 그려나가는 등 여러 방면에서 종횡무진하며 조선 근대의 길을 열어젖히게 된다.
함께 유학길에 오른 동기 중 최방제는 마카오에서 병으로 안타깝게 세상을 세상을 떠나고, 김대건은 조선 최초의 신부가 된다.
조선으로 돌아온 김대건은 본격적으로 조선에서 사목활동을 시작하지만, 그도 오래하지 못하고 곧 박해 속에 체포되고 만다.
조정에서는 김대건의 여러 재능을 안타깝게 여겨 그를 조정의 도구로 이용하고자 회유를 했지만, 사제 김대건은 기꺼이 죽음을 선택한다.
많은 사람들, 아니 대부분의 사람들은 김대건이라는 인물을 한국 최초의 신부로만 알고 있지만, 김대건 신부님은 언어, 지리학, 수학 등에서 정말 뛰어난 재능을 지닌 분이다.
김대건 신부님 탄생 200주년이었던 몇 년 전 김대건 신부님에 대한 전시회에서 접한 우리나라 지도와 바티칸으로 보낸 여러 서신들을 보고 입을 다물지 못했다. 과연 이 지도와 라틴어로 가득한 서신들이 조선시대를 사신 분이 쓰신 것이 맞을까 싶을 정도로 지도는 지금의 우리나라와 차이가 없을 정도로 정교했고, 조선의 신자들에 대한 사랑이 얼마나 크신 분이었는지 서신의 내용을 보고 알 수 있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나도 천주교 신자이다. 그래서 영화 탄생의 개봉 소식을 들었을 때 그저 내가 지금까지 들어서 알고 있던 김대건 신부님에 대한 내용이겠거니 했지만, 실제로 영화를 보면서 김대건이라는 청년에 대해서 새롭게 알게 된 내용이 많았다.
이 영화를 그저 천주교 신자들의 영화가 아니라, 위대한 학자, 선구자 김대건에 대한 조명으로 많은 사람들이 보았으면 하는 소망이다.
종교적인 시선을 거두고 보더라도, 분명 영화를 보는 내내 가슴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낄 수 있을 테니...
천주교인이라면 시작부터 끝까지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장면
물론, 천주교인이 아니어도 이 영화를 꼭 보았으면 하는 것이 내 소망이다.
하지만 천주교인이라면 아마도 영화 시작부터 끝까지 눈물이 그렁그렁하고 가슴이 쿵쾅대는 그 상태 그대로 영화를 볼 수 밖에는 없을 것이다.
영화 속에는 김대건 안드레아뿐만 아니라 그 시대 천주교를 따라 살던 선조들의 모습을 여럿 볼 수 있다.
유교를 전부로 알고, 철저한 신분제로 살던 조선시대 사람들이 어떻게 그런 올곧은 마음으로 천주를 섬기며 목숨까지 바칠 수 있었을까?
목숨을 바치는 그 순간까지도 기쁘게 예수 마리아를 외치던 그들을 신자가 아니라면 아마 이해할 수 없겠지만, 천주교 신자라면 어떤 마음인지 아마도 잘 알 것이다.
영화 탄생에서 나에게 감동을 주는 인물들이 몇몇 있었다.
먼저 김아기 아가다이다. 이 인물은 아마도 누군가의 밀고로 관아로 잡혀왔지 싶다. 하지만 교리에 대해서는 크게 알지 못하는 그녀의 모습에 관아에서는 그녀를 풀어주라고 하지만, 그녀는 자신은 예수 마리아를 안다고 계속 외쳐댄다. 마치 자신을 옥에 가두라고 외치듯이...
끝내 그녀는 옥에 갇히게 된다. 그녀는 아직 세례를 받지 않은 상태였다. 하지만 그녀의 천주에 대한 사랑에 옥에 갇힌 신자들도 감동한다. 그리고 그녀가 죽기 전 대세를 주겠다고 하며 아가다라는 세례명을 갖게 된다.
일정기간 교리를 들어야 세례를 받을 수 있지만, 그것을 떠나 그의 마음은 이미 세례를 받은 신자와 다를 것이 없다는 것을 이미 다른 사람들도 알고 있었다.
그리고 또 한 명의 인물 임치백 요셉
임치백은 천주교 신자이기는 하지만 세례를 계속 미루고 있는 사람이다. 하지만 교회 공동체에는 물심양면으로 도움을 주고 있으며, 김대건 신부님이 잡혔을 때에도 자수를 해서 스스로 옥에 갇히게 된다. 물론 그 큰 이유로 동생과 아들을 지키기 위함도 있지만 그의 속마음은 그게 전부가 아니었다.
임치백은 옥 중에서 김대건 신부님으로부터 세례를 받는다.
죽기 직전에야 세례를 받는 것이다. 그것도 스스로 죽기 위해 옥으로 들어와서...
그 마음이 어땠을지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 것이다. 그래서 그의 세례 장면에서 감동의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그 외에도 김대건 신부님이 조선과 마카오등을 오가며 중국을 거쳤을 때 도움을 준 인물 김 선 막달레나...
그녀도 임치백과 비슷한 인물이다. 중국에서 신자들을 도와주는 역할이었으나, 세례를 받지 않은 상태...
그녀는 김대건이 부제가 되었을 때 김대건에게 세례를 청해서 받았고, 끝내 사제가 되는 모습 그리고 처형당하는 그 순간까지 지켜보았다.
이밖에도 김대건의 아버지, 어머니 그리고 그 곁을 지키던 조선 천주교의 기둥이었던 현석문 가를로 , 조신철 등의 많은 인물들이 당시 얼마나 간절하게 조선 최초의 사제 탄생을 기다렸으며, 신앙을 지키기 위해 얼마나 큰 희생을 치렀는지 잘 그려지고 있다.
영화 탄생에 대한 평점들
* 감동적인 영화입니다. 김대건 신부님을 비롯한 초기 신앙인들의 순수하고 열정적인 믿음에 아무런 희생도 없이 편하게 살아가고 있는 제 자신이 부끄러웠습니다.
* 사실 예고편은 별로여서 기대 안 했습니다. 그래도 근현대사 좋아하고 새로운 영화 좀 보고 싶어서 봤는데, 생각보다 고증 잘했습니다. 주연급 배우들이라 그런지 연기도 어색한 부분 없이 자연스러웠어요. 윤시윤은 연기 진짜 잘 함요... 다른 평들에 있는 가슴 뜨거워진다는 말이 뭔지 알 거 같네요. 매번 히어로, 액션 영화들만 보다가 오랜만에 본 영화인데 진짜 좋았습니다.
* 전 너무 좋았습니다. 그 시대 조선뿐 아니라 동북아, 열강이 얽힌 복잡한 역사를 다른 세계를 넘나드는 인물의 시각으로 보게 된 것도 좋았고, 삶과 죽음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게 돼서 좋았고요. 다양한 인물들의 이야기도 흥미로웠습니다. 그분과 그 시대의 인물들에 대해 더 알아보고 싶어 집니다.
* 종교인이 아니라면 근대사 위인을 알아가는데 의미가 있고 천주교인이라면 자부심이 느껴질 작품. 요즘 개봉작들과 다르게 길고 지루하다고 느꼈는데 여운이 오래간다. 윤시윤 이호원 연기도 좋았고 김대건 신부님 순교하신 나이가 24세였다는 게 충격...
이상 네이버의 영화 평점 중 별 9-10개의 평점을 참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