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나라의 수학자 왠지 끌렸던 영화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는 2022년 3월에 개봉했다.
박동훈 감독의 작품으로 주연으로는 최민식이 리학성 역으로, 김동휘가 한지우 역을 맡아 세대를 초월한 우정과 감동을 보여주었다.
드라마로 러닝타임은 117분이다.
영화의 제작연도는 2020년인데 아마도 코로나로 인해서 개봉이 많이 지연된 듯 보인다.
그동안 강한 캐릭터로 많은 영화에서 좋은 연기를 보여준 대배우 최민식 배우님이 주연을 맡았는데, 웬일인지 매스컴을 통해 이 영화의 홍보를 많이 접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이 영화가 어떤 영화인지 사전 정보를 전혀 알지 못한채로 영화감상을 하게 되었다.
그래도 밑고 보는 최민식 배우가 주연이니 영화에 대한 의심은 전혀 들지 않았다.
결론은 역시나 괜찮은 영화였다. 왜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역할에 최민식 배우가 캐스팅되었는지 영화를 다 보고 나서야 알 수 있었다.
한지우 역을 맡은 김동휘 배우는 낯선 얼굴이다. 그 동안 어떤 작품에서 활동했을까? 영화를 본 후에 관심이 생겼다.
왠지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라는 제목과 최민식 배우가 잘 매치가 되질 않았다. 제목만 봐서는 뭔가 동화 같은 스토리가 아닐까 싶었는데, 영화가 시작된 후에는 그저 우리 곁에서 볼 수 있는 현실적인 학생들과 그 안에 숨겨져 있던 이야기들이었다.
분명 우리 주변에서 실제 일어나는 일들을 그린 이야기인데, 또 한 편으로는 저런 일들이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일이 맞을까?라고 의구심이 들기도 했으며,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일이라면 조금은 심각한 일이지 않나 싶다.
영화의 배경은 서울의 한 고등학교이다. 이 학교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상위 1%의 아이들만 다니는, 평범한 사람은 꿈도 꿀 수 없는 그런 학교이다.
그리고 그 학교의 한지우라는 순둥순둥하게 생긴 남학생이 주인공이다.
지우는 남들이 다 부러워하는 좋은 학교에 다니기는 하지만 이 학교에 입학을 하게 된 계기는 남다르다. 사회적 배려 전형 덕분으로 입학을 하게 된 지우!
지우는 엄마와 단둘이 산다. 엄마의 속을 한번도 썩인 일이 없는 지우는 엄마의 자랑이다. 남들이 부러워하는 학교에 자신의 힘으로 입학을 했으니 말이다.
지우는 그저 평범한 학교에 다니고 있다면 상위에 있을 성적이지만, 날고 기는 아이들이 모인 이곳에서 지우의 성적은 바닥을 밑돈다.
더군다나 유독 수학이 약한데 다른 아이들은 당연히 하고 있는 수학 과외도 받을 수 없는 형편이다.
수학 과목을 맡고 있는 담임은 은근히 지우에게 다른 학교로 전학을 갈것을 강요하지만, 지우는 그럴 생각이 전혀 없다.
이런 지우가 우연히 학교에서 경비원으로 근무하는 리학성(최민식 배우)을 만나게 된다.
그저 욕 잘하고, 괴팍한 경비원 아저씨로만 알았는데 그런 경비 아저씨가 수학 실력이 대단하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그에게 수학을 배우게 되는데 리학성은 아이들을 무척이나 귀찮아하는 듯 보였지만 이내 지우에게 수학을 가르쳐준다.
나이 많은 아버지뻘 경비원과 고등학생!
전혀 어울리지 않는 이 조합이 영화 속에서 보여주는 케미는 은근한 미소를 불러일으킨다.
사실 리학성은 단순히 수학을 잘하는 사람이 아니다. 북한의 세계적인 천재 수학자였던 리학성이 자신의 수학 연구가 북한의 신무기 개발에 이용되는 것에 환멸을 느끼고 탈북한 탈북자였던 것이다. 이런 깊은 사연을 가진 그의 눈에 대한민국의 현실은 더 가관이다.
신무기를 개발하는데 쓰였던 자신의 수학 연구가 대한민국에서는 고작 대학 입시를 위한 도구로만 사용되고 있으니 말이다.
그래서 그런 걸까? 지우가 수학을 가르쳐 달라고 부탁을 했을 때 한 번에 수락하지 않고 밀당을 여러 번 했다. 그리고 끝내 수학을 가르쳐주기로 허락했을 때 지우에게 조건을 내건다. 시험 성적과는 무관하게 가르쳐주겠다는 조건!
자칫 영화를 보는 관객은 천재 수학자에게 수학을 배우면서 지우의 성적이 올라가는 것에 기뻐하기만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영화는 단순히 지우의 성적이 올라가는 것만을 보여주는 영화가 아니다.
우리가 대학 입시의 도구로 생각하는 이 수학을 천재 수학자는 어떤 시선으로 수학에 접근하고 문제를 풀어나가는지, 그게 중요한 포인트이다.
어려운 수학 문제 하나를 풀어서 정답을 맞히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그 풀이 과정이 더 중요하며, 그 풀이에 가치를 두어야 한다는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진리를 우리가 간과하고 있다는 것을 영화는 학교 속에서 벌어지는 갈등을 통해서 보여준다.
결과가 중요한 이 시대에 진정으로 중요한게 무엇인지를 보여주고, 그 과정의 중요성을 깨달을 때 영화 속 우리 아이들이 조금은 더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
나도 영화를 다 보고 나서 이런 걸 깨닫게 되었다.
결과만이 중요한 게 아니구나, 어떻게 풀어 나가야 하는지 그 과정이 진정 중요하다는 사실을 말이다.
세대, 이념 그리고 가치관을 뛰어넘은 인물들의 조화
영화 속 지우와 학성은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캐릭터이다. 그들이 나이, 가치관 모두를 포함해서 말이다.
수학 성적을 올려서 이 학교에 무조건 남아있어야 하는 지우와 자신이 열정을 담아 연구한 자료가 그저 나라의 신무기 개발에 사용되는 것에 환멸을 느껴 아무도 모르게 남한으로 탈북한 탈북자 학성, 그리고 또 하나의 캐릭터가 있다.
바로 지우의 같은 반 동급생 보람이다.
보람은 지우의 친구라고 하기보다는 그저 같은 반 학생이지만, 보람은 지우와 학성의 사이에서 윤활제 같은 역할을 하면서 긴장을 늦추기도 하고, 엉뚱하고 활발한 모습으로 지우의 유일한 친구가 되어간다.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이 세 사람이 처음에는 그저 낯설고 어딘가 불안 불안한 모습을 보이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세 사람은 찰떡 호흡을 보여준다.
이렇게 나이, 이념을 뛰어넘어 우정과 감동을 보여주는 영화가 참으로 오래간만인 것 같다.
영화 말미에는 몇 년후의 학성과 지우의 모습이 나오는데 변화된 지우의 모습에 미소가 떠나질 않았다.
영화를 다 본 후 아주 오래전 보았던 영화 하나가 생각이 났다. 비록 결이 다를 수는 있지만 인물들 간의 조화와 수학을 매개로 삼았다는 점에서 비슷하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바로 로빈 윌리엄스와 멧 데이먼 주연의 굿 윌 헌팅이다.
굿 윌 헌팅에서는 오히려 멧 데이먼이 수학에 재능이 있는 청년으로 나오지만 어찌 됐든 나이를 초월해서 교감하는 두 인물들, 그리고 삶의 지혜까지 나누는 두 인물들 간의 조화가 정말 마음에 들었던 영화이다.
그런 맥락으로는 두 영화가 꽤나 닮아있지 않나 싶다.
생각난 김에 굿 윌 헌팅도 다시 한번 봐야겠다.